2024/12/28

탐욕과 갈등의 종착점

 

요즘의 정치 상황을 보면 개탄스럽기 그지 없다. 옳고 그름이 없고 아군과 적군 만이 있다. 우리 편의 이익을 위해선 상대 편을 죽이려고까지 한다. 힘에 의한 저차원의 저질 정치를 고차원의 고상한 정치인 양 포장한다. 우리 편 말은 모두 맞는 것이고 상대 편의 말은 모두 틀린 것이다. 상대 편 잘못은 먼지나게 털어대지만 우리 편 잘못은 모두 덮는다. 입만 열면 법과 원칙을 떠들어 대던 자 들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내로남불'이다. 법과 원칙은 모든 이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 편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어쩌면 법과 원칙은 태생적 한계가 있어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인간들 간의 복잡한 갈등 양상을 법과 원칙이라는 몇 구절로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을 아는 자들은 자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법을 해석하고, 심지어 우리 편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기 마련이다. 법이 먼저일까 상식이 먼저일까? 인간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법과 원칙이 아니라 상식과 신뢰이다. 법과 원칙은 상식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 즉, 인간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일 뿐이다. 우리 사회가 극한의 탐욕과 집단 이기주의로 치달리고 있음을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Leadership 또는 권위(Authority)는 돈이나 권력으로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식과 신뢰를 몸소 실천함으로써 대중으로부터 자연스럽게 획득되는 것이다. 지금의 현실은 리더십이 있는 이는 드물고, 머리는 좋을지 몰라도 자신 들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놈들의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런 놈들을 뽑아 주는 개/돼지들과 살고 있으니, 나도 개/돼지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법 고시 출신 기득권 세력 들이 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권력을 잡지 못했을 뿐 사실 의사 집단도 매 한 가지다. 언론은 이미 돈과 권력의 시녀가 된지 오래다. 물론, 그 중에는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을 하는 이들도 있고 이들까지 싸잡아 욕하려는 것은 아니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도 유능한 리더 들은 민심이 천심 임을 잘 알고 있었다. 삼국지 인물 중 유비와 조조가 대표적이다. 천자가 될 수도 있었던 조조지만 민심을 알기에 스스로 천자가 되지 않았다. 권력을 가진 자도 절제해야 하거늘, 지금 우리 사회는 권력을 잡으면 독재자가 되려고 한다. 같은 편이라면 독재자도 문제 될게 없다. 독재자들은 스스로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영달을 추구하고 군림하기 위해 법과 원칙을 강조한다. 맘에 안드는 자들은 계엄령에 있는 문구대로 '처단'하면 그만이다. 국회의원들 마저 민심보다 우리 편 이익을 먼저 따지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다음 세대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 주겠다는 철학도 없고, 현재 세상에서 나와 우리 편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이 판치고 있다. 박정희 같은 독재자면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우리 세대가 이미 경험했듯이 '왜 니만 헤쳐 먹냐?'는 논리로 새로운 독재자들을 양산할  뿐이고 민초들은 개/돼지로 살아가야 한다. 힘의 원리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이다. 세계 1위의 저 출산율이 거저 얻어진게 아니다. 결국은 국민 전반에 번진 탐욕과 이기주의의 결과물이다. 탐욕과 갈등의 종착점은 승자 없는  내란이나 전쟁일 수 밖에 없고, 그 결과는 아프리카의 일부 국가나 시리아와 같이 국가 소멸에 준하는 제 3 세계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물론 우리나라 만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 후 전세계적으로 정치적 이기주의 현상이 표출되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트럼프 1기의 탐욕과 이기주의는 저강도의 국가 우선주의와 정권 교체로 봉합되었다. 다가올 미래는 트럼프로 인해 세상이 더욱 혼란스러워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과 같은 강대국도 아니고, 당장 내년부터 대내외적으로 온갖 악재들을 막아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 상황이 어떻든 우리는 우리의 길을 묵묵히 가야만 한다.

현실로 들어와서 국무총리 권한 대행까지 탄핵된 지금, 앞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는 몇개 남지 않았다. 가장 쉽고 빠르게 국내 정치가 안정될 수 있는 지름길은 부총리 권한 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따르고 그 이후의 길을 법이 정한 대로 가면 된다. 물론, 이 길에서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새로운 갈래 길이 생긴다. 대통령이 파면 되면 다시 대선을 치르면 그만이다. 하지만 파면되지 않으면 또 다시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은 이미 식물이 되었는데, 파면이 되지 않는다면 복귀한 대통령은 독재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저항하는 국민들과 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결국은 대혼란의 길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로 통하는 길 마저도 막힐 수 있다. 현실적으로 우리 편 이익에 집착하는 놈들이 권력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시간 끌기로 가는 경우의 길 만이 남는다. 이 길에서는 6인 체제의 헌법재판소 결정이 어떻게 나든 한쪽은 찬성하고 한쪽은 반대하는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 또 다시 아전인수 식의 법 해석을 할 것이다. 국민들이 적군과 아군으로 나뉠 것이다. 결국은 끝없는 대혼란의 길이다. 어쩌면 '내란의 힘'이 원하는 것은 대혼란 속에서 다시 독재의 길을 가기를 원하는 것인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현 상황을 안정적으로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헌법재판소가 9인 체제로 대통령 파면 결정을 하는 것 뿐이다. 자기 편 이익에만 집착하는 이들에겐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고통은 중요하지도 않고 급한 일도 아니다. 이 들은 야당 지도자가 범죄자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정당하다고 우긴다. 이 들이 평소 주장하듯이 법과 원칙대로  대선을 치르고 국민의 선택에 맡기면 모든 게 질서있게 해결된다. 자기 편만 옳다고 우기는 탐욕과 갈등의 세상에선 둘 다 망하는 길 만이 남는다. 그 결과는 국가와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뿐이다.

아직은 깨어있는 젊은 세대가 많은 것이 그나마 이 나라에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다. 역사는 반복되고 세상은 언제나 만들어 가는 자들의 것이다. 젊은 세대 들에게 고차원의 정치란 다양한 집단의 목소리를 하나의 목소리로 엮어 낼 수 있는 정치임을 말해 주고 싶다. '타협의 정치'는 거래의 정치가 떠오르고, '협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상적인 정치란 느낌이 든다. 다양한 집단의 요구를 절충하고 조율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이게 가능하려면 손해를 보더라도 서로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 좌파와 우파는 뇌 구조도 다르다는데 좌파와 우파는 아군과 적군이 아니라, 가족이나 친족 내에도 있을 수 있고 친구들에게도, 우리의 이웃에도 있을 수 있다.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고 서로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진짜 우리의 적은 자신 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국민을 편가르기 하는 자들이다. 좀 손해를 보더라도 탐욕과 이기주의를 자제해야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개/돼지로 살고 싶지 않다면 스스로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